Engineering Note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이 쉬워질 때, 우리의 일은 어떻게 달라질까

AI로 직접 앱을 만들어 쓴 경험과 ArtCraft·REA 사례에서 출발해, 기능 재구현이 쉬워질 때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일하는 우리가 마주하는 고민을 나눕니다.

발행 · Pletor Engineering aisoftware-developmentarchitectureopen-source

최근 Codex로 meowdoku와 sudoku를 iOS용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기존 앱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화면과 조작 방식을 내 취향에 맞추고 싶어서였다. 직접 쓰면서 불편한 부분을 계속 바꿀 수 있다는 경험은 즐거웠다. 동시에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생각이 복잡해졌다. 내가 얻은 이 능력을 고객과 현업도 손에 쥐게 된다면, 우리의 일은 어떻게 달라질까.

여러 방향으로 교차하는 계단과 문 앞에서 갈 길을 바라보는 사람
갈 수 있는 길이 많아질수록,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AI 코딩 도구는 밀키트와 닮은 면이 있다. 준비된 재료를 활용하면서도 자기 입맛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에서도 원하는 제품을 찾거나 제작을 의뢰하는 것에 더해, 직접 만들고 고쳐 쓰는 선택이 가까워지고 있다. 내 퍼즐 앱처럼 사용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기능이 잘 작동하면 충분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시도는 작은 개인용 앱에만 머물지 않는다. ArtCraft는 2026년 10월 14일 기준으로 이미지·사진 편집부터 문서 작성, 스프레드시트, CAD까지 13개의 오픈소스 앱을 공개하고 있다. 제작자는 초기에는 AI의 도움으로 Adobe 앱 일곱 개의 기능을 재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숙련된 개발자가 만든 사례이고 앱들도 아직 초기 알파 또는 개발 중이다. 그럼에도 여러 전문 소프트웨어 영역의 기능이 소스 코드와 설치 가능한 앱으로 공개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기존 소프트웨어를 이해하는 과정에도 AI가 들어오고 있다. REA는 AI 에이전트를 바이너리와 애플리케이션 분석 도구에 연결해 동작을 조사하고 재구현에 활용하도록 돕는다. ArtCraft 제작에 REA가 사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두 사례는 각각 소프트웨어를 구현하고 분석하는 작업에 AI가 활용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공개된 앱이 곧 완성된 대체품이라는 뜻은 아니다. PhotoCraft도 전문 작업에서 Photoshop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밝힌다. 다만 모든 사용자가 원본의 모든 기능을 필요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작업에 필요한 기능이 갖춰진다면, 공개된 구현을 고쳐 쓰는 선택도 검토할 수 있다. 업무를 잘 아는 현업이 구현 수단까지 갖게 된다면, 외부에 맡기던 일 중 일부를 직접 해결하려 하지 않을까.

상업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또 다른 고민이 생긴다. 디스크의 복제 방지 장치부터 라이선스 키와 온라인 인증까지, 프로그램의 무단 복제와 사용을 제한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있었다. 예를 들어 Windows 정품 인증은 라이선스에서 허용한 기기에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지 확인한다. 하지만 원본 프로그램의 사용을 통제하는 것과 같은 기능을 다른 코드로 구현하는 것을 막는 일은 서로 다르다. 기능의 재구현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AI가 그 시간과 비용을 줄인다면 공들여 만든 차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도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만든 기능은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까. 사용자에게 동작을 보여주면서도 다른 사람이 비슷하게 구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할까. 사용자인 나는 기존 앱의 불편함을 고쳐 내게 맞는 도구를 만들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만드는 사람인 나는 누군가 내가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에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된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일하는 우리는 두 입장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개발자는 더 많은 것을 구현하고, 기획자는 아이디어를 직접 시험하며, 작은 조직도 더 넓은 영역에 도전할 기회를 얻는다. 그 가능성을 반기면서도 우리가 쌓아온 경험과 기술의 가치는 어떻게 달라질지 고민하게 된다. 더 깊은 시스템 기술을 익히는 일, 현업을 이해하는 일, 안정적인 운영을 돕는 일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을 수도 있다. 다만 어느 방향이 지속적인 가치를 가질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나는 아직 이 변화에 대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 직접 만드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전문가의 도움이 더 필요해질 수도 있고, 도구가 그 도움의 상당 부분을 대신할 수도 있다. 같은 도구를 손에 쥐었어도 각자의 업무와 고객에 따라 마주하는 변화는 다를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이 쉬워질수록, 우리가 하는 일의 의미도 계속 다시 생각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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